한송(漢松) 스님

조달 거사와 무명화 보살2

조달(調達)의 범어 이름은 데바닷다,
한자로는 제바달다(提婆達多)라고 음사하고
조달은 그것을 줄인 이름이다.

조달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사촌동생이다.
그에게 있어서 석가모니 부처님이 된 싯다르타(悉達多) 태자는
어렸을 때부터 선망의 대상이었다.

또 동시에 선망의 대상인 만큼 경쟁의 대상이기도 했고
질투의 대상이기도 했으며
어떻게 해서든 능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였다.

글을 배워도 싯다르타 태자보다 성적이 좋아야 했고
기예(技藝)를 익히는 것도 그러했으며
무술의 연마에 있어서도 그러했다.

심지어는 여자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싯다르타 태자를 경쟁의 상대로 삼았다.

그는 싯다르타 태자의 아내가 된 야쇼다라에게 연정을 품었고
야쇼다라를 꺾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어느 한 가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더욱 더 질투의 불꽃을 태웠다.

출가한 싯다르타 태자가 부처가 되어 고향인 카필라 성(城)에 왔을 때,
조달은 석가족의 청년들과 함께 출가를 하였다.
조달은 부처님과 함께 생활하면서
부처님이 많은 제자들은 물론
여러 나라의 군왕(君王)과 대신과 인민들로부터 존경받는 것을 보고서,

그 때도 석가모니 부처님을 능가하는 부처가 되어
인민과 군왕과 대신과 비구들의 귀의를 자기 한몸에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12년 동안 치열한 수행을 하였다.
그러나 수행의 성과는 없었다.
그 까닭은 세속의 명리(名利)를 탐하는 수행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12년 동안의 치열한 수행에도 불구하고 보람이 없자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한 사람인 가섭(迦葉)에게서 신통술(神通術)을 배웠다.

그리고 그 신통술을 이용해서
그 때 인도에서 가장 강대한 나라
마가다 국의 태자 아자타사트루의 귀의를 얻는 데 성공을 한다.

그 무렵의 아자타사트루는
아버지 빔비사라 왕을 제거하고 자기가 왕이 되고자
집권의 기회를 노리고 있을 때였다.

그러한 때에 그의 앞에 나타난, 신통력을 가진 조달은
천군만마(千軍萬馬)와 같은 원군(援軍)이 아닐 수 없었고,
그야말로 하늘이 돕고 신이 돕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달 또한 그러한 아자타사트루로 하여금 왕권을 탈취하도록 선동을 했다.
조달은 아자타사트루에게
그가 아버지로부터 정권을 빼앗아 국가의 통치자가 되고
자신은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교단을 빼앗아 교단의 통치자가 되는 것은
나라에 있어서 이상적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意氣投合)하였다.

아자타사트루는
부왕(父王)인 빔비사라 왕을 감옥에 가두고 왕권(王權)을 빼앗았다.

한편 조달은 부처님에게,
"세존이시여, 당신은 이미 늙었고 기력은 쇠약합니다.
교단을 이끌어 가기에는 힘이 들 것입니다.
앞으로는 당신을 대신해서 제가 설법을 하고 교단을 이끌어 가겠습니다.
저에게 교단을 맡겨주십시오." 라고 강요를 하였다.

그 때, 부처님은
"사리불이나 목건련과 같이 총명하고 또 아라한이 된 사람이 많지만,
그들에게 교단을 맡기지 않고 있다.
하물며 너와 같이 지혜가 없는 어리석은 자에게 교단을 맡기겠느냐."
하시고 단호히 거절을 하셨다.

최근 교권(敎權)을 두고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부처님의 말씀이 더욱 더 새삼스러운데,

경전에 의하면, 그 때 조달은
장차 부처님을 살해(殺害)하고서라도
교단을 빼앗아야겠다고 결심을 하였다고 한다.

조달은 부처님을 교단에서 축출할 계획을 세웠다.
율장(律藏)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조달은 출가한 수행인은
우유(牛乳)를 먹어서는 안된다,
물고기나 짐승의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
걸식(乞食)만을 해야지 신도의 초대를 받아서 신도와 함께 식사를 해서는 안 된다,
옷은 넝마나 누더기만을 입어야 하고,
나무 밑에서만 생활해야지 지붕이 있는 집에서 생활하면 죄가 된다고 하는
다섯 가지 계율을 철저히 지킬 것을 제안하였다.

부처님 당시의 수행인들은 대부분이 이 같은 계율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처한 상황에 따라서 지킬 수 없을 때는
부처님의 허락을 받아서 지키지 않았다.

예를 들면 병든 비구는 우유를 마셨고 집안에서 거처하였다.
신도의 초청을 받은 부처님이나 비구는
신도의 집에 가서 설법을 하고 신도의 공양을 받았다.

따라서 조달의 제안이 받아들여질 리 없었다.
그러함에도 조달이 굳이 이 같은 제안을 하는 것은
조달 자신이 부처님보다 엄격하게 수행한다는 것을 과시하여 동조자를 모으고
동시에 부처님의 수행에 흠집을 내고 통솔력을 약화시키기 위해서였다.
예상한 대로 부처님은 조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달은 그의 동조자들에게
"보아라, 세존(世尊)은 세속의 명리(名理)를 탐할 뿐, 수행에는 뜻이 없다.
우리는 그를 떠나서 따로 교단을 만들어 정진을 하자" 하였다.
그리고 그를 추종하는 5백 명의 비구를 이끌고 부처님의 교단을 떠났다.

경전의 첫머리는
부처님이 항상 천2백50인의 비구들과 함께 생활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숫자를 기준으로 하면
조달의 추종자는 그 절반에 육박하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399년부터 인도를 여행한 법현(法顯)의 여행기 법현전(法顯傳)과
627년부터 인도를 여행한 현장(玄奬)의 여행기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는
그 때까지도 조달의 가르침을 신봉하는 교단이 존속한 것을 기록하고 있다.

이로써 조달이 부처님과는 다른 교단을 만들었고
그 때까지 유지되어 온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러나 경전은
오래지 않아서 2~5백 명 비구들을
사리불과 목건련이 부처님의 교단으로 다시 데리고 왔다고 한다.

이에 격분한 조달은
술취한 사나운 코끼리를 놓아서
부처님을 밟아 죽이려 하였으나 이루지 못하였고
산 위에서 바위를 굴려 압살(壓殺)하려 하였으나
부처님의 발가락을 다치게 하였을 뿐이었다.

조달은 그러한 그를 말리는 연화색(蓮華色) 비구니를 때려 죽였고
마지막에는 부처님을 독살하려 하였으나
도리어 그 독에 감염되어 그가 죽었다.

다른 경전은
부처님을 살해하고자 한 죄로
산 채로 갈라진 땅 속으로 빨려들어가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졌다고 한다.

한송 스님은 이 같은 악인의 이름을 빌려서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죽음을 택한 젊은이를 천도하자 하셨다.
그리고 천도법문(薦度法門)을 하셨다.

"불교에서는
어머니를 죽인 죄,
아버지를 죽인 죄,
수행인을 죽인 죄,
승단(僧團)의 화합을 깨뜨린 죄,
그리고 부처님 몸에 상처를 입혀 피를 흘리게 한 죄,
이 다섯 가지를 무간지옥에 떨어질 죄라고 해서 오무간죄(五無間罪)
또 부처님의 가르침에 거역한 죄라고 해서 오역죄(五逆罪)라고 한다.

조달은 사촌형을 죽이려 하였으니 부모에게 불효한 것이고
부모에게 불효한 것은 부모를 죽인 것이나 한가지이다.
연화색 비구니를 죽이고 추종자를 만들어 그들을 데리고 교단을 떠났으니
교단의 화합을 깨뜨린 것이며
부처님 발가락을 상하게 해서 피를 흘리게 하였다.
그러니 오역죄를 있는 대로 범하여 무간지옥에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조달이 왜 무간지옥에 떨어질 죄를 지었겠는가.
어느 날,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 보살을 무간지옥에 보내서
조달이 언제 무간지옥을 나올지 묻게 하였다.
그 때, 조달은 도리어 부처님께서 무간지옥에 언제 오시는지 묻고
부처님께서 무간지옥에 오시는 날이 조달이 무간지옥을 떠나는 날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무슨 소식인가.
무간지옥의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는 무간지옥에 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부처님은 무간지옥에 갈 인연이 없어 가지를 못한다.
그러니 누가 무간지옥의 중생을 제도하겠는가.

조달이 무간지옥의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
무간죄를 짓고 무간지옥에 간 것이다.

그러므로 법화경은
조달이 미래에 부처가 되어
천왕여래(天王如來)가 된다고 한 것이다.

오늘의 주인공 조달 거사도 부모의 눈 앞에서 자살을 하였으니
이 죄가 부모를 죽인 것이나 다름 없어 무간지옥에 갈 것이다.
그러나 한 생각 돌이켜
조달과 같이 무간지옥의 중생을 제도하면
장차는 조달과 같이 부처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한송 스님께서는 처자에게는 무명화(無明華)라는 법명을 주셨다.
무명의 꽃이라는 뜻이다.

인생사(人生事)는 모두가 무명 때문에 일어난다.
오늘의 천도재도 두 사람의 무명 때문에 생긴 일이다.
그러므로 항상 무명 속에 있는 나를 잊지 말아야 한다.

무명화, 그대는 젊다. 앞길이 9만리이다.
젊었을 때의 잘못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
사노라면 그 동안에 나도 잊고 세상 사람들도 잊는다.
크게 가슴에 담아 두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