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집중과 관찰(선정)
1. 마음 수행의 두 방편
올바른 수행이란
올바른 견해와 생각으로 방향을 잡고
청정한 생활로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동시에
정념과 정정 수행을 통해 '지혜'(正智)를 얻어야 한다.
염(관찰)이나 정(집중)은 모두 마음을 집중하는 수행법인데
마음을 집중하는 목적과 방법이 다르면서도
서로 보완하고 연결되어서 지혜에 다가서게 한다.
(정)
정(samaadhi 사마디, 삼매)은
하나의 주제을 정해 마음을 집중하는 명상 수행법으로서
어느 정신 수련법에나 공통적으로 쓰는 기법이다.
책, 사랑, 죽음...등 어느 주제를 선택하든 상관없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무아'의 깊은 경지를 체험하게 된다.
팔정도에서도 정 수행이 필요하다.
마음이 들떠서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은 특히 그러하다.
자(慈)·비(悲)·희(喜)·사(捨)의
사무량심(四無量心) 공부가 대표적인 정정 수행이다.
(염)
염(bhaavanaa)은 붓다가 창안한 특이한 수행법으로서
자신의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을 대상으로
순간 순간 강하게 드러나는 것 위주로 관찰(집중)한다.
염은 또렷이 깨어 있는 상태로 자신을 관찰하기 때문에
결코 '무아'의 황홀한 경지까지는 체험하지는 못한다.
그 대신 관찰의 힘이 바탕이 되어
세상의 이치와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힘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통찰력(지혜, 정지)이다.
(수행의 두 기둥)
정 수행은 마음을 한 곳에 멈추어(止 samatha) 집중하고
반면 염은 모든 것을 관찰하면서 (觀, 비파사나) 집중한다.
남방 불교의 비파사나(위빠사나)가 바로 이 관법 수행이다.
이 지관(止觀) 두 수행법은 불교 수행의 두 기둥이다.
정념(관찰) 상태를 그대로 유지(정정)하는 것,
즉 '정념' 과 '정정'을 동시에 이루어야 지혜가 계발된다.
중국 혜명경에서 말하는 정혜쌍수가 바로 이 두 수행법이다.
止(사마타) 에선 정(삼매,선)이 이루어지고,
觀(비파사나)에선 혜(지혜) 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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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념과 일반명상의 차이
일반적으로 명상이라 하면
"눈을 감고 한 주제에 대해 고요히 생각에 잠기는 것"이다.
즉 한마디로 생각을 좇는 사념적 명상법이다.
이것은 사유 활동을 계속하면서
그 사유가 이끌어내는 바를 깊이 성찰하는 것이다.
기독교의 기도 또한 일종의 사념적 명상법이며,
힌두교나 불교의 `게송'이나 `진언' 암송도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게 하기 위함이다.
정정 수행도 일종의 사념적 집중 명상이다.
이런 사념적 명상법이나 집중(정) 수행의 목적은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혀 심리적 안정을 얻는다든가,
창의력 등 현실적인 능력을 개발한다든가,
종교적인 심령 체험을 하기 위함 등이다.
이에 반해 붓다가 말하는 정념 (바와나 bhaavanaa)은
그런 사유적인 명상이나 집중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오히려 사유를 좇아 다니지 않고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 끊임없는 변화를 주시하면서
궁극적으로 사유의 차원을 넘어서는 수행이다.
그리고 이런 관찰 수행을 하는 목적은
고도의 인식 능력을 바탕으로 직관적 통찰을 얻음으로써
우리 눈을 가리고 있는 무명으로부터 벗어나
진리의 실상을 통찰하고 평온을 얻기 위함이다.
이처럼 수행 목적 자체가 원대하다.
따라서 보통은 meditation(명상) 으로 번역되긴 하지만
정확을 기할 때는 mental development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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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념과 정정의 관계
(정념 수행의 중요성)
지성적 사유를 통해서도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를 이해할 수 있으나
지성적 사유방식가 지닌 자체의 한계성 때문에
이기심과 갈애라는 양대 장애를 없애기에는 불충분하다.
오직 직접적 `직관'의 차원에 이르렀을 때라야만
존재의 궁극적 실상을 비로소 생생하게 체득하게 된다.
일단 직접적 인식을 얻게 되면,
이성적으로 이해한 것이 실제적인 힘으로 바뀌게 된다.
그리하여 미망 대신 지혜가 자리잡게 된다.
그래서 정념 수행을 하는 것이다.
(지[止] 수행)
그런데 통찰[觀, vipassanaa]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고요한 마음을 닦는 지[止]수행이 꼭 필요하다.
왜냐하면
마음이 갈애의 휘저음이나 출렁거림이 완전히 멈춘,
고요하고 맑은 호수처럼 되어야만
사물의 본성을 그대로 비출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자애관법, 사무량심 수행 등이
이러한 지 수행의 한 과정이다.
(선 수행)
원래 '선'은 마음집중 때의 정신적 고양상태를 말하는데
관법 수행, 지 수행을 통틀어서
관행적으로 '선수행'이라고 해왔다.
(청정한 생활)
기독교의 기도와 같은 종류의 사념적 명상은
어디까지나 의식의 차원에 머무르고 있어
특별한 준비나 조건이 필요하지 않고
언제든지 누구라도 행할 수 있다.
그러나 좀더 차원 높은 지(止)와 관(觀) 훈련 때는
기본 도덕률(계율)을 엄격히 준수함으로써
청정한 생활 태도가 선행되어야 한다.
정념, 정정 수행은 팔정도의 한 과정이기 때문에
전체 수행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오히려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흔히들 이런 점에 대해 적절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함부로 기술적인 연마에 뛰어들었다가
영적 손상을 입고 마는 경우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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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마음집중 수행시 겪는 현상
일반 명상이든 정정 명상이든 간에
마음을 집중하는 수행을 하면
여러가지 심령 현상을 겪게 된다.
그러나 명상의 목적이 뭔가에 따라
이런 심령현상을 보는 눈이 다르게 된다.
일반 명상이나 다른 종교의 명상에서는
이들 심령현상을 명상의 목적으로 여긴 나머지
반 몽환상태에서 경험하는 환시나 환청을
명상훈련의 최종 성과로 간주하는 수가 많다.
따라서 예수나 성모 마리아를 본 기독교인들이라든가
성스런 끄리슈나와 얘기를 나눈 힌두교인들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었다며 대단히 만족할 것이다.
그러나 관법 수행에서는
명상 과정에서 발생하는 그런 환시, 환청에 대해
그것은 직접적 인식에 이르는 정신 정화 과정 현상으로 보아
오히려 반드시 극복해야 할 장애로 간주한다.
사실 종교인들이 경험하는 것들은
각자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자신이 잘 알고 있던 성자들을 만나고 대화할 뿐이며
한마디로 자신이 지어낸 환영과 환청을 겪어온 것이다.
아주 좋은 예가 벵갈의 라마크리슈나 빠라마항사의 체험이다.
"평소 명상 때에는 힌두교 신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나타났는데
명상 주제를 기독교 쪽으로 돌리자 말자
예수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그들이 명상에서 겪은 것들은
기껏해야 평소 잠재의식 깊숙이 엎드려 있던 관념을
의식의 표면에 떠올려 객관화시킨 데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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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선과 8선
(영상)
정신집중 훈련이 잘 진행될 때
명상 대상이 마음속에 영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들 영상은 정신집중 수준에 따라 선명도가 달라진다.
시초 단계에서 나타나는 `예비영상'과
아직 약하고 희미한 `취득영상',
눈으로 보듯 선명한 `상사영상'(相似影像)이 있다.
하지만 수행자는 이런 영상에 현혹되면 안된다.
모두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집중 상태가 더 깊어지면 영상은 사라지고 '선'을 경험하게 된다.
(선禪 jhaana)
정이든 염이든, 마음을 대상에 온전히 집중하게 되면
깊은 수준의 정신적 고양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런 깊은 마음(정신)의 상태를 '선'이라고 한다.
(4선과 8선)
집중 명상을 주로 하는 인도의 요가 수행법(정)에서는
이 '선'의 깊이를 8단계까지 구분하고 있는데 비해
하지만 남방불교의 비파사나(관법) 수행에서는
이 8단계중 4단계까지만 체험한다고 한다.
관법 수행의 특성상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선 몰입시의 느낌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합리적인 붓다가 4선, 8선을 얘기했을 리 없고
내용도 수행법 자체와는 상관없는 시시한 내용이다.
즉 처음엔 심리적으로 기쁨과 즐거움이 따르는데
차츰 그런 기쁨이나 즐거움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평온한 가운데 청정한 상태로 옮아간다는 내용이다.
괜히 이것을 억지로 8단계로 나눈 것 뿐이다.
(선과 정)
定의 원어는 사마디(삼매)이므로
정, 삼매, 사마디는 모두 같은 말이고,
이런 정신 수행으로 체험하는 경지는 '선'이다.
그런데 정(삼매, 사마디)과 선을 같은 의미로 쓰는 경우가 많다.
. 선을 한문으로 定 靜慮 思惟修라로 번역하는 사례
. 선정에 들었다, 선정 수행, 선 수행 등의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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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8단계 선의 의미
이 8단계의 선은 상당히 도식적이다.
아마도 도식적인 것을 좋아했던 후대 사람들이
선 몰입 단계에서 느끼는 감정을 8단계로 표현했을 것이다.
참고로 하기 바란다.
① 초선 : 이생희락지 (離生喜樂地)
감관적 욕망에서 벗어나면서
뭔가 정신적인 기쁨[喜]과 즐거움[樂]을 느끼는 상태.
② 2선 : 정생희락지(定生喜樂地)
기쁨과 즐거움의 수준이 높아져서
'선'에서 오는 기쁨과 즐거움으로 가득 찬 상태.
③ 3선 : 이희묘락지(離喜妙樂地)
기쁨에서 벗어나서, 오직 즐거움만 느끼는 경지
기쁨이 없는 데서 생기는 묘한 즐거움을 느낌
④ 4선 : 사념청정지(捨念淸淨地)
즐거움마저 사라지고,
이미 고와 낙에서 멀리 벗어나
평온과 정념만 남은 청정해진 경지.
⑤ 5선 : 공무변처지(空無邊處地) :
색계(위의 4단계 선)에 관한 관념을 모두 끊고
광대무변한 허공과 하나 된 경지
자기 몸 속에서도 허공을 관찰하고
언제나 몸은 허공과 같음을 느끼는 경지
⑥ 6선 : 식무변처지(識無邊處地)
'공허'라고 하는 사고의 대상으로부터 벗어나
일체의 사고적 대상을 배제했다는 경지
⑦ 7선 : 무소유처지(無所有處地) : "
사고의 대상을 모두 배제했다는 사고 자체가
아직도 소유의 사고가 있는 상태임을 말하므로
그런 사고(思考) 조차도 여읜 경지
⑧ 8선 : 비상비비상처지(非想非非想處地): "
생각도 아니며, 생각 아닌 것도 아닌
그런 묘한 상태의 경지
그리고 이들 선 상태를 색계선, 무색계선라 칭하고
결국은 이 단계를 모두 벗어나야 열반에 이른다고 설명한다.
보통 마음 :'욕계 상태'
1∼4단계 선 :'색계 상태' (형상과 색상이 있는 주제에 집중)
5∼8단계 선 :'무색계 상태' (관념적인 주제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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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관(염)이란 무엇인가
과학자가 자연법칙을 발견해 내는 가장 큰 무기는 관찰이다.
그런데 붓다는 이미 이 관찰을 마음에도 적용했다.
그 관찰이 바로 팔정도에 나오는 '정념'이다.
도둑을 잡는다든가, 도둑 맞지 않으려면
철저히 감시하고 관찰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마음을 갈애나 집착에 도둑맞지 않으려면
자신의 몸과 마음의 모든 것을 관찰(감시)하고 있으면 된다.
그런데 마음을 집중해서 관찰하다 보면
도둑을 막는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왜 도둑이 들끓는지, 도둑이 어디로 오는지도 알게 된다.
무지에서 벗어나 진리를 꿰뚫는 통찰력이 생긴다는 말이다.
갈애나 집착은 무지 때문에 오지 않던가.
그래서 붓다는 관찰을 강조했다.
그러면 관찰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
호흡을 비롯한 우리 몸의 모든 움직임,
우리 몸에서 느껴지는 모든 감각,
그런 감각에 대해 우리 마음의 반응,
기타 마음에서 일어나는 각종 감정과 생각들,
우리가 내뱉는 모든 말,
우리가 취하는 모든 행동,
이 모두를 놓치지 않고 일일이 지켜보면 된다.
얼굴이 가려우면 그것을 지켜보다가
그 순간 큰 소리가 들리면 그것을 지켜보며
뭔가 즐겁거나 싫은 느낌이 들면 그 느낌을 지켜보며,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일어나면 그 마음을 지켜본다.
그리고 이런 느낌과 감정이 변하는 것도 관찰한다.
이런 식으로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주제로 삼는다.
이 염(관찰) 수행을 체계적으로 설법한 경전으로는
대념처경, 입출식념경 등이 있다.
대념처경은 관찰 수행 초보자를 위한 해설서로서
관찰 대상을 몸, 느낌, 마음, 법 등 4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하지만 너무나 도식적인 점으로 미루어 보아
후대에 상당히 가필한 것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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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념처경
정념 수행의 목적은
<대념처경(大念處經)> 에 잘 나와 있다.
이 몸이라는 것이
여러 물질적 요소가 결합하여 움직이는 현상에 불과하며
또한 정신, 마음이라는 것도
외부자극에 끊임없이 반응하는 의식의 흐름일 뿐임을 알아서
더 이상 이러한 현상을 `나'라고 보는 미망에서 벗어나
외부 대상에 대한 갈애와 집착을 떨쳐버림으로써
진정한 마음의 평온(열반)을 얻으려는 것,
이것이 정념 수행의 목적이다.
또 <대념처경(大念處經)> 에는
관법(정념) 대상을 4 부류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다.
몸 : 호흡을 필두로 해서
이 몸이 여러 물질들의 결합에 불과하고,
또 썩어 백골이 되어 없어질 것이라든가,
몸과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관찰한다.
느낌 : 즐거운 느낌, 싫은 느낌, 덤덤한 느낌 등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을 관찰한다.
마음 : 탐욕, 성냄, 어리석음 등이 생멸하는 것,
평온한 마음, 산란한 마음 등
자신의 마음 상태의 변화를 관찰한다.
법 : 수행중 일어나는 장애, 깨달음의 7가지 요소들,
고에 관한 붓다의 가르침, 정념 수행 효과
등등을 관찰한다.
그러나 몸을 시체, 백골, 더러움 등과 연계시키는 것은
결코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다.
몸의 어느 요소가 더럽단 말인가.
오줌 똥들의 원자를 보면 아름답고 질서정연하다.
또 '법' 관찰 부분은 너무나 유치한 내용들이다.
따라서 대념처경의 상당부분은 후대에 가필했을 것이며
붓다가 말하고 싶은 취지는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관찰하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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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좌선 준비
관찰 수행은 꼭 좌선만이 능사는 아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끊임없이 관찰하는 것이
진정한 정념 수행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념의 취지를 살려서
현대 우리 생활에 맞게 수행법을 개발하면 된다.
하지만 우선 좌선부터 설명해 보자.
(장소)
방해하는 것이 없는 조용한 장소라면
어디에서나 좌선을 할 수 있다.
전화는 수화기를 내려놓거나
자동 응답 상태로 두는 것이 좋다.
날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가서 앉는 것이
좌선 습성을 붙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공부가 높은 수행자라면
시장, 공동묘지, 동굴, 공원, 쓰레기 처리장..
어떤 장소라도 수행처로 삼을 수 있다.
(비치물)
좌선할 때 촛불을 켜는 사람도 있다.
촛불이 산란한 마음의 촛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촛불을 지켜보다가
곧 두 눈이 스르르 가볍고 편안하게 감긴다.
그러나 감긴 눈꺼풀 사이로도 불빛을 느끼게 된다.
마음의 눈으로 불빛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불빛은 헤매던 마음을 현재로 돌아오게 한다.
또한 촛불은 수행의 상징이 될 수도 있고
기분 좋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조성해 줄 수도 있다.
그 외에 향, 꽃, 불상을 놓고 싶으면
각자 취향대로 비치하면 된다.
(복장)
좌선에 들기 전에 얼굴과 손발을 정성들여 씻는다.
시간이 허용되면 샤워로 온몸을 깨끗이 하는 것이 더 좋다.
그리고선 헐렁하고 편안한 옷을 입는다.
(자세)
척추를 곧추세우고 정신을 가다듬어 앉는다.
방 바닥에 앉아도 좋고, 의자에 앉아도 좋다.
머리는 똑바로 하고 양어깨 위에서 가볍게 균형을 잡는다.
역시 긴장하지 않는 것이 좋다.
편안히, 힘을 뺀 채 주의력을 모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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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좌선의 첫 단계 - 호흡관찰
좌선의 첫 단계는
단지 호흡을 관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들숨과 날숨을 주의깊게 관찰하는 공부,
이것이 바로 출입식념(出入息念)인데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정신집중 개발법이다.
여기서의 호흡은
주의력을 한 곳 고정시키기 위한 목적일 뿐이다.
따라서 요가에서처럼 호흡에 대해 까다롭지 않고
오직 평상시의 호흡 그대로 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주의력을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이다.
보통은 코끝에다 의식을 집중하라고 권유한다.
숨이 들어왔다… 나갔다…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콧구멍에 정신을 집중해서
콧구멍을 통과할 때 스치는 공기의 감촉을 알아차린다.
경우에 따라서는
배가 불러오고 꺼지는 것에 집중하는 것도 괜찮다.
또 선도 수행자들은
단전이나 백회 등
기운을 강하게 느끼는 곳에 마음을 모으는 것도 괜찮다.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호흡을 확실히 지켜보기 위한 방편으로
호흡횟수를 헤아리는 방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다가 호흡을 세지 않고도 한 곳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
그냥 들숨과 날숨을 염하며,
때때로 주의력을 흩어질 때만 헤아려 보면 된다.
이렇게 한 곳에 집중하면서
그 곳의 변화를 관찰하고 있다가
몸이나 마음에 어떤 무엇이 나타나면
조용히 그 현상 자체를 주시한다.
그리고 그것이 사라지면 잊어버려라.
과거가 미래에 마음이 떠돌지 않도록 하라.
지금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여기'이다.
들어오고… 나가고… 들어오고… 나가고 있는
생명의 호흡 리듬만이 그대의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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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망상 바라보기
그 다음의 목표는
자꾸만 끼여들어 훼방놓는 쓰레기 같은 생각들을
남김없이 끊어버리는 것,
그래서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그저 들이쉬고 내쉬고 들이쉬고 내쉴 뿐,
결코 무리하게 호흡하지 말라.
들락날락하는 숨결의 감촉에만 마음을 집중하라.
처음 단계에서는 그 이상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라.
마음을 안으로 돌리면서
자신의 주변을 완전히 잊도록 하라.
나중에 선정에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가게 되면
주변환경을 자신의 생각의 주제로 삼을 수 있게 되겠지만
그러나 초보자는 그럴 수준이 안된다.
그래서 귀찮은 망상들이 마음속으로 계속 들어올 것이다.
그런데 그것들을 잘 살펴보면
얼마나 잡다하고 보잘것 없는 것들인지 알게 된다.
그러나 그 침입한 망상들을 정중히 처리할 줄 알아야 한다.
화를 내면서 밀쳐 내려들면 안된다.
그냥 조용히 관찰하면서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이며 정중하고 친절히 대해 주라.
`과거', `현재', `미래',
`가치있는 것', `무가치한 것',
`증오심', `허영', `욕망', `자만' …
이렇게 일일이 망상들에게 이름을 붙여서 파악하면
그 망상들은 어느 사이엔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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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방해 요소 바라보기
망상들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의식은 다시 원래 집중하던 코, 호흡, 배로 조용히 되돌아간다.
호흡은 더욱 더 조용해질 것이다.
그런가 하면
다른 방해 요소들이 주제넘게 나타날 것이다.
소음들이 당신의 의식을 뚫고 들어올 때도 있다.
아이들이 뛰놀며 떠들어대는 소리,
버스나 비행기가 지나가는 소리 등.
이럴 때에도 조용히 관찰하면서
그 소음들에도 일일이 이름을 붙이면서
느려져가는 호흡에 의식을 계속 집중하라.
조만간 그 소음들 역시 사라질 것이다.
자신이 `저쪽 바깥'에 나가 있는 것을 발견할 때마다
자신을 `이리로' 또 `바로 지금'에로 조용히 되돌려라.
마침내 호흡하는지조차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느려질 것이다.
이때야말로 호흡이 당신을 호흡하는 때이다.
부처님의 얼굴처럼
웃을 듯 말 듯 미소를 머금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 미소는 마음을 밝게 해주고 푸근하게 해줄 것이다.
선정공부를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30분 정도 고요한 상태로 있을수 있다면 만족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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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호흡이 고요해지면
고요한 상태[止, samatha]가 깊어질수록
호흡은 점점 더 가늘어져서
마침내는 자신이 숨을 쉬고 있는지 아닌지조차
거의 분간할 수 없는 단계에 도달하게 된다.
이 단계에 가면
반드시 어떤 심령적 현상이 나타나는데
처음 겪을 땐 대개 마음이 들뜨기 마련이다.
좀 더 나아가면
몸을 통해 실제로 고(苦)를 느끼게 되는 단계가 온다.
즉 신체의 물리적 요소[色蘊]가 생멸하는 것을 느낀다.
이때는 혼란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이럴 때 기억해 둘 것은
이런 상황은 항상 우리 몸 속에 존재하고 있던 것인데,
이제 마음이 안정되니까
비로소 알아차리게 된 것뿐이라는 사실이다.
이 경험이 지나가면
곧바로 뒤이어서 기쁨을 느끼는 단계가 온다.
즉 신체와 관련된 황홀한 기쁨의 체험단계다.
이런 모든 체험에 대해서도
그저 담담하게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런 설명이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런 설명이 암시효과를 내어
그릇된 반응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도자는 이런 설명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매우 암시에 민감하거나
스승의 영향력에 크게 좌우되는 사람일 경우에는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그때그때의 현상을 보고받은 후에 지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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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자애관/4무량심 수행
그런데 좌선 초보 단계에서
`자애관'을 닦는 것도 좋은 일이다.
자애관법(mettaa-bhaavanaa)은
사념명상법 중 가장 효과적인 수행법으로서
언제 어디서나 닦을 수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자애관 수행이란
자애·동정·환희·평온[慈悲喜捨]의
사무량심(4가지 거룩한 마음) 가운데
맨 먼저 '자애'관을 닦는 것이다.
자애·동정·환희·평온의 네 마음가짐은
세간식(世間識)에선 가장 높은 마음 수준이다.
이들 마음상태에 도달하여
그곳에 안주하고 있는 사람은
흔들림 없는 고요 속에 움직이고 행동하게 된다.
생의 고가 뚫고 들어갈 수 없다.
이 네 가지 가운데
제일 먼저 닦아야 할 마음가짐이 바로 자애이다.
왜냐하면
무한한 사랑을 통해서
마음은 처음으로 해탈을 맛보기 때문이다.
이 관법을 닦으면
자애심을 멀리 펼쳐져서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자애의 마음을 갖게 해주므로
증오, 질투, 분노, 자기연민을 제거해 준다.
조만간 아무리 작은 벌레라도 함부로 해치지 않게 된다.
자애관을 닦은 다음에는
동정, 환희, 평온 순서로
차례대로 사무량심을 닦아 나가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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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일상생활 속의 정념
정념의 방법으로 좌선만 있는 것이 아니다.
행선(行禪)도 정념의 한 방편이다.
하지만 진정한 정념 수행은
일상생활에서 자신을 관찰하는 것이다.
정념의 요체는
우리 마음의 한 부분을 이용해서
나머지 마음을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걱정을 하고 있으며
걱정이란 심리상태가 나타나 있다는 사실을 주시하라.
조금이라도 거리를 두고서 그 사실을 지켜보라.
이런 식으로 밀고 나가면
사태를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훌륭히 시작된 것이다.
사실 조금이나마 이렇게 관찰할 수 있으면
당신은 벌써 선정 중에 있는 것이다.
이제는 항상 이런 상태를 유지하라.
정념은 오직 '주시'하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무엇을 쫓고 있는지 주시하라.
이렇듯 주시하는 습관만 붙여라.
그러면 상당한 경지에까지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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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오직 주시하라
오직 주시하라.
바라보기만 할 뿐 심판이나 평가를 하지 말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또 다른 업의 순환에 빠지게 된다.
지난 일을 회상할 때는
그 일에 대해 찬성도 비난도 하지 말고
그저 꼭뚝각시 놀음을 보듯 바라보아야 한다.
남의 이기적인 동기를 보게 될 때에도
이를 비난하지 말고 그러 바라보기만 하라.
외부 세상에 관심을 뺏앗길 때에도
내가 거기에 관심을 뺏기고 있다는 그 사실만을 주시하라.
긍정적으로 보느냐, 부정적으로 보느냐 하는 건 상관없다.
평소 남의 일에 이러쿵 저러쿵 하는 습관이 있다면
지금부터는 객관적이 되도록 노력하라.
`그래, 그가 손톱을 물어뜯는구나.'하는 식으로.
그래도 정 반감을 누를 수 없을 땐,
당신 마음속에 반감이 일어나는 것을 지켜보라.
상대방이 정말 혐오를 주는 인물일 수도 있지만,
문제는 `당신의' 반응이다.
오직 그 '반감'을 지켜보라.
그렇다고 때투성이 거지까지 다 사랑할 수는 없다.
오직 자신의 느낌이나 반응을 관찰하기만 하면 된다.
한편 마음이 끌리는 사람을 만나면
뭔가 야릇한 생각이나 성적 느낌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럴 때에도 '난 경건해' 하며 자신을 속이지 말고
오직 끌리는 그 생각이나 느낌을 주시하라.
명상하고 싶지 않다든지,
또는 세수하고 싶지 않다든지,
아침에 일어나고 싶지 않다든지,
또는 뭔가 해야만 할 일을 하기 싫을 때에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그 마음을 주시하라.
스스로에게 계속 변명을 늘어놓게 되더라도
그 변명하는 사실까지도 주시하라!
이 관법수행이야말로
불교를 일상적으로 생활화하는 근본요체다.
무얼 보든, 듣든, 냄새맡든, 맛보든, 만지든,또 생각하든,
몸과 마음 속에 일어나는 것만 주시하라.
잘 안된다고 낙심하지 말고, 오직 주시하라.
그래도 여전히 낙심이 될 때엔
그 느낌마저 놓치지 말고 주시하라.
결과를 기대하지 말라.
만일 스스로 결과를 기대하는 마음이 생길 때에도
`지금 내가 결과를 기대하고 있구나'하고 주시하면 된다.
그러니 오로지 주시하기를 익히라.
이 얼마나 쉬운 공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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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금방 변화가 온다
얼마 동안 이렇게 하다보면,
마침내 더 좋은 방향으로 인격적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남들이 먼저 알아차리고 말해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스스로는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어느 체험자의 얘기를 옮겨 본다.
"나는 여러 해 전에
조그만 책자에 실린 지침을 따라 선정공부를 시작했는데
수주일간은 열심히 했지만 차차 싫증이 났다.
공부가 별로 진척되지 않는 듯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걸 집어치워 버릴까 하는 참이었는데,
어머니와 아내가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내가 전처럼 화를 벌컥벌컥 내지 않아서
같이 지내기가 한결 수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무언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
만일 '내가 요즘 얼마나 나아졌을까'하는 마음이 생기면
그 생각이 일어나는 상태도 주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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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놀이처럼 즐겨라
이렇게 해 나가면
이 공부는 참으로 재미있는 놀이가 된다.
이렇게 즐기는 가운데 점점 더 재미를 붙이게 된다.
공부할 때는 공부를 즐기는 것이 좋다.
그러나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반드시 주시해야 한다.
우리가 해볼 수 있는 놀이는 얼마든지 있다.
만일 당신이 평소 술을 즐기는 편이었는데
수행을 시작하면서 술을 멀리하기로 했다고 치자.
그런데 수행과 상관없는 어느 자리에서
누군가 당신에게 술 한잔을 권한다면
당신은 십중팔구 얼른 그 술잔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때도 그 상황을 일일이 지켜보아야 한다.
그러면 당신에게 뭔가 변화가 올 것이다.
술 마시고 싶어 급급해 하는 마음이 줄어들 것이고
다음번에는 `아니, 별로 생각 없어'하고 말하게 되면서
당신은 조금씩 향상하게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쾌락을 하나씩 떨쳐내는 것을 즐겨라.
대단히 멋진 놀이가 될 것이다.
이렇게 계속하다 보면
자신이 정말로 간절히 원하는 것이 아닌 한
쉽게 `아니오'라고 거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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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관찰 효과1 (동기 파악)
이렇게 행동과 마음을 지켜보고만 있어도
관찰의 1차적인 효과는 금방 나타난다.
그것은 자기 언행과 생각의 동기를 알게되면서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평소 행동하거나 말하거나 생각할 때,
자신의 동기도 모르고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행동하거나 말하거나 판단해 버린다.
그 결과 현명하지 못한 사람이 되고 만다.
또 뭔가 잘못되어 뒤돌아 보는 경우에도
아무리 살펴봐도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될 때도 있다.
이것은 마음 전체가 갈애나 증오에 휘둘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 자신을 관찰해서 동기를 알아채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초보자는 동기 관찰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처음에는 동기 관찰 대신에
그런 현혹된 마음이 빚어낼 고약한 사태를 상상(관찰)해 보면서
그 욕구나 증오를 자기 자신이라고 혼동하지 말고
객관적 대상으로 계속 주시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그것이 희미하게 사라질 것이다.
이렇게 마음을 관찰하는 훈련을 계속하고 있으면
뭔가를 행하거나, 말하거나, 판단하려 할 때,
동기를 살피기 위해 일단 멈추어 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해서 멈출 수만 있다면
숨어 있는 진짜 동기를 살필 수 있는 여유도 생기면서
그 일이 수행할 가치가 있는지 다시 살피게 된다.
그래서 불필요한 짓들을 쉽게 그만 둘 수 있게 되어서
많은 문제들을 더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고
겪지 않아야 할 고통에 빠지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관찰력이 더욱 깊어지면
어떤 욕구를 강하게 느끼는 순간,
그것이 갈애나 증오의 일종임을 즉시 알아채게 된다.
참으로 다양한 갈애와 증오의 모습을 확인하게 되고
그동안 얼마나 깊숙히 고(苦)의 함정에 빠져들었는지,
그리고 증오가 얼마나 치명적 결과를 가져오는지 생각하면서
이제는 조그만 혐오나 성냄도 일으키지 않도록 조심하게 될 것이다.
또한 그동안 얼마나 불필요한 것에 매달렸던가를 알게 되면서
행위, 말, 생각 등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과 타인에게 유익한 일에만 전념하게 될 것이다.
이미 무지를 떠난 마음 상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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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관찰 효과2 (섬세한 갈애 극복)
제대로만 관찰하기 시작한다면
감관적 욕구를 좇는 일체의 세간적 취미나 애착을
쉽게 버리게 된다.
가령 담배, 술, 커피광은 말할 것도 없고
구경의 진리를 깨치고 어쩌고 떠드는 짓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아무리 수행자라 해도
감관적 욕구는 상당한 정도까지 제어할 수 있어도
음악, 미술 등과 같은 뭔가 고상한 심미적 욕구라든가
선정의 즐거움 추구 같은 섬세한 것들까지
관찰만으로는 한꺼번에 다 떠나기 어렵다.
물론 이들 역시 감관을 통해 다가오기 때문에
언젠가 때가 무르익으면 포기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한꺼번에 다 버리기는 쉬운 일도 아니고
마냥 권할 일도 못된다.
특히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은
수행에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하기 때문에
고상한 심미적 즐거움은 수행길에 꽤 오래 동반할 수 있다.
다만 즐거움 그 자체에 집착하지 않도록 관찰하면서
궁극에는 그것을 버려야 한다는 것만 잊지만 말고
심미적 욕구를 무리하게 우격다짐으로 억누르거나
지나친 열광에 빠져 헤매지 않도록 하면 된다.
팔정도 공부가 향상되어 가면
내면적 행복상태가 커지게 되면서부터
심미적 관심도 점점 약해지면서 저절로 떨어져 나간다.
그런데 가장 관찰하기 어려운 섬세한 갈애(욕망)는
선정에 드는 즐거움에 대한 집착이다.
수행 단계가 높아지면서 맛보는 여러 선정의 즐거움,
그 즐거움은 무엇에도 비길 수 없겠지만,
그 즐거움에 집착하는 자세는 역시 갈애일 뿐이다.
이것은 너무 섬세해서 세밀히 관찰해야만 알아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적절한 때가 되면
붓다의 고귀한 가르침(법)마저 집착하지 말고 버려야 한다
왜냐하면 그 고귀한 가르침도 결국 뗏목과 같아서
강을 건너고 나면 놓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귀한 뗏목이라고 계속 짊어지고 다닐 수는 없지 않는가.
이것은 바로 붓다 자신이 우리에게 준 충고이다.
이처럼 붓다의 가르침마저 옆으로 제쳐두게 되는데
심미적 즐거움, 선정의 즐거움 정도야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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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관찰 효과3 (빙의령 천도)
기 수련을 하는 사람들은 빙의가 잦다.
그런데 선도체험기에 의하면
빙의령 역시 '관찰'을 통해 쉽게 천도할 수 있다.
관찰이란 마음을 집중하는 것이고
따뜻한 마음으로 '관심'을 가지며 관찰하면
빙의령도 관찰자의 의식 수준으로 빨리 정화되어서
쉽게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는 것이다.
자신이 빙의된 줄도 모른다면
관찰이고 뭣이고 아무 조치도 않는다.
그렇게 되면 빙의령 때문에 고통을 당할 수도 있다.
더우기 원한에 의한 빙의인 경우는 고통이 더 심하다.
굿이나 천도재를 지낸다고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수행자 스스로의 의식 수준과 기운으로 해결해야 한다.
빙의되는 과정, 사유, 느낌 등
빙의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은
선도체험기를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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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관찰 효과4 (집중력 향상)
무명과 갈애를 끊는 공부는 길고도 힘드는 것이며,
세속 또는 세속적 근심에서부터 벗어나야만 해낼 수 있다.
그러나 현실로부터 잠깐만 비켜서서 이 공부를 닦아도
꽤 좋은 결과를 얻을 수가 있다.
일단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사물을 보는 일이야말로
명료한 사유를 하는데 더없이 귀중한 도움이 되기 때문에
평범한 일상사에서도 그렇게 바라봄으로서
아무런 다른 편견도 가지지 않고
당면한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여,
용기있고 신중하게 이에 대처할 수 있게끔 된다.
한편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사물을 보게 되면
정신집중이란 귀중한 선물을 얻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정신집중이란
마음을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여
계속 고정시킬 수 있는 능력[心一境性, ekaggataa]인데
마음을 정복하는 공부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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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관찰의 진짜 효과 (정지 도달)
우리가 재생과 고통의 세계를 반복하는 것은
갈애와 무명이 결합된 상호작용 때문이다.
원래 이 현상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도
우리의 무명에서 나온 해석을 갖다 붙이는 바람에
그른 것을 옳다 하고, 옳은 것을 그르다 하게 된다.
무상(無常)한 것을 ------> 항상(常)한 것으로,
고통(苦)을 -------------> 즐거움(樂)으로,
자아가 없는데도(無我) --> 자아가 있는 것(我)으로,
부정(不淨)한 것을 ------> 깨끗한 것(淨)으로 안다.
따라서 우리가 즐거움을 좇아 추구하고 있지만
사실은 신기루에 속아 헛그림자를 좇고 있는 것이다.
또 마음과 몸[名色]을 `자아'라고 생각하는 미망 때문에
몸이나 마음에 가해지는 손상을
바로 자신에 가해지는 손상으로 생각한다.
여기서 모든 두려움이 생겨난다.
하지만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한 관찰 공부가 익어지면
오온(五蘊, 몸과 마음)의 모든 작용부터가
인과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무상)
실체가 없으며(무아)
안정된 것이 아니라(고)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이기주의, 감정적 편견, 자아라는 미망에서 벗어나
서서히 자신의 주변 문제
즉 사랑, 고난, 질병, 죽음 등에 대한 본질을 관찰하게 된다.
그 모두가
변화하는 과정의 한 현상에 불과함을 알게 되면서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의 실상도 알게 된다.
신체적 죽음이란 낡은 옷을 갈아입는 것에 불과하고
연기의 법칙에 따라 어떤 형태로든 계속 이어지게 되며
업과 과보, 인연, 윤회의 과정 속에서
자신의 현재 모습은 스스로 지어낸 결과임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하여 죽음이나 불행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성공도 실패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칭찬에도 비난에도 동요되지 않는다.
진리를 알게 되는 이 인식 능력이 바로 참 지혜[正知]이다.
이 지혜를 얻으면
모든 갈애와 집착에서 벗어나 열반을 누리게 된다.
탐, 진, 치 3독에서 벗어나
관대하고[無貪], 자비롭고[無瞋], 지혜로운[無癡] 행위를 통해
스스로 점점 더 큰 기쁨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그 평온 역시 영구 불변하는 것이 아니다.
수행이 뒷걸음치면 다시 갈애와 집착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진정한 관찰자는 끊임없이 정진하게 된다.
한번 열반의 맛을 봤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얻은 양 교만하지도 않을 것이며
더 이상 수행할 필요도 없다는 식으로 자만하지도 않을 것이며
'나는 이렇다'라는 식의 숱한 말도 쏟아내지 않을 것이다.
우리 주변을 보라.
수행으로 얻은 조그만 열매를 가지고
마치 자기 혼자 최고 진리를 발견한 양
수행과 관련없는 것까지 입을 대는 자가 얼마나 많은가.
여기 실린 선도체험기 저자도 그 한 부류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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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열반을 얻는 유일한 길
마음은 길들이기 어렵다.
마음은 마치 바람처럼 이리저리 끊임없이 헤맨다.
꼭 길들이지 않은 말과도 같다.
그러나 일단 마음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면
이 우주에 그보다 더 강력한 도구는 달리 없다.
따라서 자신의 마음을 지배하는 자야말로
삼계(三界)의 주인이라 할 수 있다.
자기 내면에 들어앉은 것들을 주의깊게 관찰하면
업의 법칙과 작용에 대해 통찰력을 얻게 된다.
지혜를 얻어 무지에서 벗어나게 되고
자아라는 고정관념이 없어지며 자비롭게 된다.
종국적으로는 평온한 상태(열반)을 성취하게 된다.
선행들은 나름대로 선한 과보를 가져온다.
점차 좋지 못한 환경에서 빠져나오게 되고
외면상의 '운세'는 더욱 좋아진다.
그러나 마음 챙김을 놓지 않고 있다면
이런 운세나 외적인 이익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며
그런 이익을 다시 선행에 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안락한 환경이 장애가 된다고 생각할 때엔
미련없이 그것도 물리쳐 버린다.
이처럼 정념 공부야말로
어떤 상황에서도 평온을 성취할 수 있는
즉 열반을 실현하는 유일한 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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