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원음

고의 원인과 대책 1. 고(苦, 둑카dukkha)의 의미 우리는 빠알리어의 둑카(dukkha)를 한문으로 고(苦)로 번역하고 있다. 그러나 둑카(dukkha)라는 말에는 괴로움, 고통 등과 같은는 의미도 있지만 좀 더 깊고 보편적인 의미로는 요지부동의 절대 평온과는 정반대되는 상태로서 불안하고 흔들리는 일종의 동요 상태를 말한다. 경전에서는 고(dukkha)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태어남이 고(苦)이고, 늙음이 고이고, 병이 고이고, 죽음이 고이고, 근심 탄식 괴로움 슬픔 절망이 고이다. 싫은 것과 만나는 것, 좋아하는 것과 헤어지는 것, 그것도 고이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 그것 역시 고이다. 요컨대 집착에 근거한 이 ‘나’라는 오온 덩어리[五取蘊]가 바로 고이다.” --------------------------------------------------------- 2. 고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 일반 사람들이 고를 만나면 고의 종류와 강도에 따라 여러가지 신체적, 정신적인 반응이 나타난다. 신체적 반응으로는 소화불량, 위장 장애, 진땀, 가슴 두근거림, 얼굴색 창백, 신체 마비, 머리카락 백발 등 다양하다. 그리고 정신적 반응으로는 회피, 임시방편 찾기, 투덜대기, 근심, 안달하기, 비탄에 빠지기, 통곡, 자포자기, 시샘, 질투, 욕설, 재도구 파괴 등 각자의 의식 수준에 따라 다양한 반응이 나타난다. 만일 상대방에 대한 시샘, 질투, 미움 등이 심해질 경우에는 살인 등 악의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자신감을 잃고 자포자기 등이 심해질 경우에는 술, 담배, 약물, 도박 등에 중독된다거나 정신장애, 자살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고통을 당한 사람의 마지막 선택은 자살이다. 기독교에서는 자살을 큰 죄로 간주하며 자살자를 비겁자가 아니면 정신이상자로 본다. 반면에 스토아 학파의 입장은 다르다. "살아가기 어렵거나 싫어지면 '난 그만 갈테야.'라고 당당히 말하고 떠나라. 떠나지 않고 머물테면 제발 푸념일랑 그만두라." 불교에서는 자살을 끔찍한 과오로 본다. 이런 격렬하고 과격한 행위(업)은 다음 생에서도 격렬하고 과격한 업의 인(因)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라한의 경우는 다르다. 고통을 참지 못해 자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할 일이 끝나 스스로 떠나기 때문이다. ------------------------------------------------------ 3. 고에 대한 특수한 반응 원시종족 같은 특수 집단에서는 苦를 생활의 일부로 여기고 무조건 받아들이는가 하면 미신이나 종교적 맹신에 빠진 사람들은 무조건 신에게 매달리며 도와달라고 아우성이다. 좀 더 의식이 성숙한 사람들은 苦를 조용히 참고 받아들이며 예술가들은 苦를 자신의 세계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정념(마음챙김)에 숙달된 수행자들은, 고(苦)를 대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즉 고통스러운 상태에 빠지게 될 때에는 잠시 멈추어서 본다. 그리고 고 하나 하나에 이름을 붙여 본다. 이것이 바로 마음챙김 수행인데 이러한 과정은 매우 유익한 수행이다. 완성에 이른 아라한은 의식이 아픔과 쾌락을 초월해 있고, 감정 작용이 잘 통어되어 있어서 고를 느끼긴 하지만 괘념치 않는다. ----------------------------------------------------------- 4. 苦의 원인 살아 있는 모든 존재들의 행동 동기는 고통을 피하고 즐거움을 구하려는 것이다.(이고득락) 하지만 우리의 삶은 언제나 고(괴로움, 불만족, 불안정)의 연속이다. 그 1차적인 원인은 지나친 욕심(갈애) 때문이다. 이 갈애는 두 가지 형태의 집착으로 나타난다. . 즐거운 것을 계속 붙잡으려는 욕심 -> 탐욕, . 즐겁지 않은 것을 피하고 미워하는 욕심 -> 증오(혐오, 악의, 성냄) 그런데 하나의 탐욕이나 증오를 해결하고 나면 곧 이어 또 새로운 탐욕과 증오가 생긴다. 따라서 고통의 연속인 셈이다. 그런데 이런 갈애(탐욕, 증오)와 집착이 일어나는 이유는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무지(어리석음) 때문이다. 즉 모든 것이 변한다(무상)는 진리라든가, 따라서 변하지 않는 실체가 없다(무아)는 진리를 제대로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을 가리는 이 탐욕, 증오, 어리석음을 후대 사람들은 3독심이라 불렀다. (한문으로는 탐, 진, 치라고 표현한다.) -------------------------------------------------------------- 5. 즐거움에 대한 갈애(탐욕, 탐) 인간은 갖가지 욕망을 채우기 위해 갖가지 행동을 한다. 물론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것도 더러 있다. 그러나 거기에만 머무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먹는 것만 보더라도 배 고픔을 해결하는 것과는 많이 동떨어져서 먹는 즐거운 자체가 중요하게 되었고, 따라서 동물적 본능의 건전성마저도 상실해 버렸다. 그래서 필요 이상 먹고 비만으로 고생하며 더우기 몸에 해로운 것까지 먹고 마시고 있는 형편이다. (술, 담배, 마약은 말할 것도 없고) 입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추위와 더위를 견뎌내고 어느 정도 품위 유지를 위한 정도를 넘어서 저 걷잡을 수 없는 유행의 변덕은 무슨 망동인가. 이처럼 우리의 감관적 갈애는 모양과 색상, 소리, 냄새, 맛, 감촉, 생각의 즐거움을 쫓아 끝없이 내달리기 때문에 이 갈애는 결코 완전하게 충족될 수 없다. 갈애 때문에 과장되어 나타나는 모습은 다양하다. 그런데 이 갈애가 매우 섬세한 형태일 경우 외견상 아무 해로움도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떨 때는 아주 고상해 보이기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가령 노골적인 외설 영화나 잡지들 보다 명작으로 세련되게 위장한 성적 충동 같은 것들인데 아무리 교묘히 감추거나 승화된 상태로 표현했더라도 무의식 깊은 곳에 자극의 씨를 심어 놓게 되어서 적절한 조건만 갖춰지면 즉각 튀어 나오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되어 버린다는 사실 때문에 이런 것들이 오히려 우리에게 더 치명적이다. ------------------------------------------------------------------ 6. 싫은 것을 피하려는 갈애(증오, 성냄, 진) 우리는 이고득락의 법칙에 따라 자신에게 즐겁지 않은 것들은 본능적으로 피한다. 그러나 정 피할 수 없게 되면, 이 장애물을 혐오하며 제거(파괴)하려고 애쓴다. 그런데 그것이 자신의 뜻대로 잘 안되기 때문에 이것이 또 고를 안겨준다. 그래서 증오심이 생겨난다. 이 증오도 그 형태가 다양하여 노골적이며 거칠게 나타날 수도 있지만 완곡하고 섬세하여 잘 알아챌 수 없을 때도 있다. 모국에 대한 열렬한 사랑, 특정 종교, 이념, 철학, 이론 등에 대한 열광, 이런 것들은 외견상 전혀 무해하게 여겨지며, 오히려 바람직한 행동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일방적인 태도들은 상대방에 대한 공공연한 증오, 논쟁, 분열로 표출된다. 그런데도 문제가 터지기 전에는 그 실체가 증오인 줄 깨닫지 못한다. 우리는 이런 광경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또 '의로운 분노' 니 '선의의 비판' 이니 하는 것들도 실은 만족을 추구하거나 불만을 회피하는 말장난일 뿐 가려진 증오 형태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 7. 갈애의 원인 (무지, 어리석음, 치) 우리가 갈애에 빠지는 것은 무지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끝없이 변화하며 [無常], 따라서 변치 않는 고정 불변의 실체가 없다[無我]. '별도의 나 자신'이란 근본적으로 환상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어리석음 때문에 이런 실상을 모르면 변화하는 것을 고정된 것으로 착각하고 또 '별도의 나'가 있다고 착각하게 되므로 자신의 상태를 좀 더 낫게 계속 유지하고 싶은 욕망,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상태를 영원히 피하고 싶은 욕망 이런 욕망이 충족되지 않아서 고통을 느낀다. 우리가 무지에 빠져 있으면 일체 행동, 말, 생각(身口意)은 갈애나 증오와 관계되어 나타난다. 무언가 갈망하는 대상을 추구할 때 우리는 그것을 손에 넣거나 가지게 되면 지속적 행복을 당연히 누리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잘못이라는 것이 곧 드러난다. 그래도 우리는 대상을 바꾸어 가면서까지 다시금 노력한다. 예컨데 육체적 쾌락에서 예술, 철학으로 옮겨가는 등 보다 섬세한 대상을 찾아 방향을 전환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원하는 것을 얻는 데 방해되는 장애물을 제거해 나가면 행복이 계속될 것이라고 상상한다. 그러나 이 역시 그릇된 견해였다는 것이 판명된다. 그런데도 여전히 같은 짓을 되풀이하면서 고작해야 방식만 바꿀 뿐이다. 예컨대 살해나 파괴 같은 거친 방에서 외면이니 무시 등과 같은 방식으로 전환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 봤자 갈애와 증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 모든 것은 무지하기 때문이다. ------------------------------------------------------ 8. 붓다의 대책 - 팔정도 이런 실상을 깨달은 붓다는 우리에게 탁월한 가르침을 베풀어 주었다. 붓다는 우리에게 8가지 바른 길을 제시했다. 덕분에 우리는 올바른 견해(正見)를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올바로 생각(正思)할 수 있게 됨으로써 무지를 극복하는 첫 걸음을 내디딜 수가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청정한 생활(정語, 正業, 正命)을 할 수 있고 좀 더 나아가 자신을 잘 관찰(正念)할 수 있게 되면 갖가지 변형의 갈애를 식별해 낼 수 있고, 갖가지로 위장한 증오를 가려낼 수 있게 된다. 또 그럴수록 참 행복을 얻는 길을 잘 알게 된다. 팔정도의 모든 항목들은 멋지게 앞뒤로 들어맞는다. 올바른 생각(정사), 올바른 견해(정견)는 올바른 수행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지혜[慧]이다. 일단 수행의 길에 들어서면 청정한 도덕적 생활을 유지하고(戒) 마음을 닦는 선정 수행을 해야 한다.(定). 이 바른 길(팔정도)을 수행하면 고통에서 벗어나 평온(열반)해진다. 인간은 자기 자신이 지은 업대로 몸받아 태어난다. 따라서 자신의 운명은 자신의 행동에 의해 좌우된다. 따라서 가슴을 치며 억울해 할 필요가 없어지며, 신 앞에서 전전긍긍하면서 회개할 필요도 없다. 오직 8정도를 실천하면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