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의 길, 티벳 불교 과학 -------------------------- 1. 변하지 않는 '세계' 근대과학의 결실은 17세기 이후의 물리학, 특히 고전역학을 모델로 이룩되었다. 그 중심은 . 뉴턴의 수학과 역학, . 데카르트의 주객(主客) 2원론, . 베이컨의 과학방법론이었다. 이들의 세계관은 독립된 물질을 모든 존재의 기본으로 생각하고, 그 물질은 실재한다는 것이다. 뉴턴의 고전 역학에서는 우주는 모든 별의 위치와 운동이 수식으로 표현될 수 있고 우리는 과거나 미래를 완정히 결정,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우주를 포함한 자연은 아무리 복잡하게 보여도 그것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원자 등)로 환원될 수 있으며 그것이 모여 일종의 정밀기계 같은 운동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이 모델은 경제학, 심리학, 사회학, 의학 등 모든 분야에서 응용하게 되었다. 그래서 어느 분야든 가릴 것 없이 '과학적'이라고 말할 때에는 고전역학 모델을 응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귀납법이 학문의 절대적인 방법론이 되었다. . 모든 사실(대상)을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 부분으로 나누어서 분석.수량화하고, . 거기에서 가설을 세우고, . 보편적인 법칙(진리)을 유도한다. 그렇게 해서 유도되어 나온 법칙은 실험에 의해 증명되고 완전해졌다. 그리고 그것을 인간 지성의 승리라고 생각했다. ------------------------------------------------------------------------------- 2. 변하는 '세계' 그러나 이런 귀납법이 유지되려면 '사실'은 언제나 변함없어야 하고 언제, 누가 관찰하더라도 결과는 같아야 하는데 적어도 20세기 초까지는 그런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20세기의 물리학계에서는 관찰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극미 세계의 물질 성분을 연구하는 양자역학에서는 . 물질은 독립된 것이라고 확정할 수 없고(하이젠베르그의 불확정성 원리), . 따라서 물질은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것이 아니며, . 그것을 관찰하는 사람의 존재와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관찰문제) 또한 아인시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나오면서 시간과 공간은 일체여서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래서 뉴턴의 기계적인 우주 모델은 부정되었다. 나아가 전체를 부분으로 나누어 관찰하는 것이 대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과학의 출발점이 흔들리면서 물질의 실체보다는 그 연관성 자체를 중시하는 성향이 나타났다. 이것은 이미 오래 전에 인도에서 주창된 얘기들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기계의 부품과 같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서로 연관성을 가진 현상의 조화라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현상은 그것을 성립시키는 근본 원리의 표상일 뿐이므로 그 '현상'을 만들어낸 원리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 3. 육체와 정신은 하나 그리하여 일부 과학자들 중심으로 객관성이나 물질의 실재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마음이 물질 세계와 서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관측하는 인간을 떠나서 독립된 객관적 실재는 없다. 오히려 기존의 관념 자체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양자역학자 루돌프 바이엘프) "물질 이전에 정신이 존재한다고 보는 편이 보다 명확한 이론 모델을 만들 수 있는 바탕이 된다." (노벨 물리학 수상자 브라이언 죠셉슨) 그리하여 지구 전체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학설도 등장하고 허버트 벤슨 같은 의사들은 정신과 육체를 분리하는 현대 의료활동에 의문을 제기하며 정신과 신체를 분리하는 것이 의학의 최대 약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960년대부터 명상 수행자들의 신체 변화를 관찰했고 그 결과를 1970년대에 '이완 반응'이라는 책으로 발표했다. 이완 반응이란, 스트레스 반응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건강을 획기적으로 증진시키게 되는데 이런 반응은 명상, 최면 등의 상태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완 반응이 알려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양은 명상 붐이 일어나게 되었다. ------------------------------------------------------------------------------- 4. 과학의 지식을 초월한 요가 과학자들은 티벳 밀교의 신비적인 명상이나 초능력에 회의를 느끼면서도 꾸준히 관심을 가졌다. 달라이라마가 1979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 하버드 대학 의학부의 허버트 벤슨 박사가 티벳 승려의 명상수행을 과학적으로 연구해 보고 싶다고 하자, 달라이라마가 흔쾌히 이에 동의했다. 그래서 달라이라마의 결단으로 인도의 다람살라와 라다크의 사원에서 특별한 '탄트라 요가'인 '툼모 요가' 실험이 이루어졌다. 그 요가는 '나로파 6법'중 하나였다. 벤슨으로서는 의식이 육체를 어떻게 컨트롤하는가를 증명할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기회였다. 그리고 그 실험은 많은 성과를 얻었고 'Nature' 등의 과학 잡지에서도 크게 다루었다. 현대 생리학적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일어났던 것이다. 섭씨 10도의 체온상승도 관찰되었다. 그 체온상승에 의해서 수행자의 방석이 마르고 영하의 날씨에서 냉수에 적신 모포로 몸을 감싸도 상승된 체온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알몸으로 눈 위에 앉아 있는 승려들의 체온도 마찬가지였다. 또 하루 종일 그런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확인했다. 그 사이 수행자의 산소 소비량과 호흡이 줄었다. ------------------------------------------------------------------------------- 5. 제3의 길 달라이 라마는 자서전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불교에서는 의식(마음)을 몇 단계의 차원으로 나눈다. . 낮은 차원의 의식은 보통의 5감이며 . 조금 더 미묘한 의식은 잠자는 중에 나타나며 . 가장 미묘한 의식은 죽는 순간에 일어난다. 탄트라 밀교 수행의 목적 중 하나는 수행자로 하여금 생전에 죽음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며 거기에서 가장 깊은 정신적 의식이 나온다. 낮은 차원의 의식이 가라앉고 나면 새로운 생리학적 현상이 관찰된다. 벤슨 박사의 실험에서도 확인되었다.. 보통 사람에게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며 충분히 설명할 수도 없다. 현대과학은 티벳 문화에서 배울 것이 아직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달라이라마는 새로운 제3의 길을 위해서 현대과학과 티벳 문화의 대화를 권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티벳 불교로 여행해 보자. 거기에는 위대한 지혜가 숨겨져 있다. (일단 티벳에 푹 빠진 후, 다시 현대로 돌아오자.) 2004. 8. 17